평화로운 흰비둘기 스토리
오늘 아침에는 작은 공터에 이웃한 비둘기의
기척이 없어 궁금해 하는데
풀밭 위에 회색 깃털 하나가 눈에 띈다.
그림의 작품명으로 많이 쓰는 두글자
흔적
어정이며 멀리서 걸어오는 반가운 비둘기!
역시 양반은 못되는구나!ㅋ
반갑다 둘기야!
이제보니 비둘기의 발가락이 새빨갛다
사람의 발바닥이 두꺼운 이유가
인생이 가시밭길이라서 그렇다는데
비둘기의 인생 또한 발바닥이 빨개지도록
날기보다는 걸어다니며 먹이를 쟁취하느라
땅에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서 그런가보다
시야에 들어오는 하얗게 움직이는 저 조각은 뭐지?
새하얀 비둘기는 오늘의 게스트이다
흑백의 색깔논쟁 갈등 없이 평화롭게 먹이를 쪼는
비둘기가 보기 좋았다
자! 이쪽으로 포즈 취해주시게!
그대를 하얀천사라 호칭하련다
출근길에 중등치기가 일상인 오춘기 호기심여사
다시 일터로 향한다
여유로운 그들을 보다가 발걸음을 옮기려니
살짝 미련남아 뒤돌아보았다
우연히 가는길이 같은건지
뒤 따라 오는 비둘기들
하늘을 날아 오르는 비둘기의 날갯짓은
힘차게 제법 소리도 컸다
에너자이저 비둘기!
날아오를 때가 제일 너 답구나!
행단보도 앞에서 올려다 본 창공의 크기만큼
내 마음도 따라 커진다
마음만이라도 넓은 하늘을 닮아보리라
화려하지 않지만
바람에 살랑이는 풀꽃들의 합창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길가의 풀꽃에 눈길을 주면 내게 성큼 다가온다
공연무대의 주인공이 아닌 삶 일지라도
나는 나답게 살아가면 된다는
그런 당당함으로 정해둔 자리에서 꼿꼿하게 서 있다
노란 고들빼기 풀꽃은
노란 그리움이다
너는 누구니?
보라도리라 이름 지어 불러볼까?
넝쿨장미는 오래 피어있어 그런지
좀 피곤한 기색이다
바라보는 내가 피곤한지도 모르지
장미처럼 인생의 절정기가 있는 법인데
나 또한 그렇게 화려한 때가 있었다
꽃봉우리가 화사하게 생혈의 에너지로 피다가
바람에 몸부림 치며 떨어질지라도
화려하게 피었다 가는 우리의 인생 또한 장미처럼
자연스러운 법이다
장미줄기의 가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빨간 생명력에 손을 내밀어 충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