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은 단순한 정치 제도의 파괴를 넘어,
왕정을 지탱하던 ‘가족적 무의식’과 대중의 상징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된 사건이다.

28. 혁명과 포르노그래피'
1. 프랑스 혁명의 성격과 한계
* 프랑스 혁명(1789년)은 단순한 국지적 사건이 아니라 유럽 전체, 나아가 세계사적 사건이다.
* 혁명의 시작은 프랑스 사회에서 해결되지 못한 시대적 문제가 폭발한 것이었으나, 국가별·지역별 상황에 따라 혁명의 불길이 번져갔고 그 결과 세계사적 파동과 큰 굴곡을 겪었다.
2. '문화사적 접근'과 무의식 연구
* 기존의 프랑스 혁명 연구가 '계급 간 갈등'이나 '정치적 변화'에 주목했다면, 최근의 새로운 연구(린 헌트 등)는 '새로운 정치사, 즉 문화적 정치사'를 지향한다.
* 이들은 사람들의 일상적 영역, 사랑의 상징과 '무의식'을 조사하며 혁명기에 등장한 정치 문화를 연구한.
의식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가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사람들의 '무의식' 저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분석한다.
3. 바스티유 감옥 습격의 '정치적 상징성'
* 바스티유는 본래 성채였으나 루이 14세 시절부터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정부에 저항하는 인사들이 갇히면서 이곳은 공포와 폭정의 상징'이 되었다.
* 1789년 혁명이 일어났을 때 민중들이 가장 먼저 바스티유를 공격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상징성'때문이다.
* 당시 민중들은 그곳에 수많은 정치범이 가혹하게 갇혀 있을 것이라 믿고 습격했으나, 실제 7월 14일 감옥을 파괴하고 보니 안에는 좀도둑과 정신병자 몇 명(7명)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습격은 폭정을 무너뜨린 거대한 정치적 상징이 되었다.

‘좋은 아버지’의 붕괴와 왕의 처형
혁명 전 대중은 국왕을 절대적인 보호자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 인식했으나, 점차 문학 작품 등을 통해 가부장적 권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국왕의 국외 탈출 시도(바렌 도주 사건) 이후 국왕은 무능한 인물이자 범죄자로 낙인찍혔고, 결국 국왕의 처형을 통해 ‘신성한 아버지’의 힘은 해체되어 국가(공화국)로 귀속되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정치적 포르노그래피
공화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혁명 세력은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나쁜 어머니’이자
음모의 상징으로 조작했다.
근친상간, 음탕한 향연 등 자극적인 포르노그래피적 비난을
동원하여 왕비를 괴물화함으로써 구체제를 철저히 부정하고 타도 대상을 명확히 했다.
새로운 가부장제와 한계 (사드 후작의 사례)
사드 후작의 극단적인 성향의 소설들은 혁명이 가져온 무의식의 마성을 잘 보여준다.
구체제의 ‘아버지(국왕)의 신성함’을 부순 자리에 ‘형제들(남성 시민)의 연대’가 들어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연대의 대상이 아닌 남성의 지배 아래 종속되는 구조로 재편되면서,
근대 시민사회는 절대 왕정이라는 가부장제를 깨뜨렸으나 결과적으로 또 다른 형태의 '형제들의 가부장제'를 낳는 한계를 보였다.

후기 마르키 드 사드의 문학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탐색하고, 프랑스 혁명 이후 가부장제의 변화와 권력 해체의 가능성을 다룬다.
◽️인간 내면의 마성 탐색: 사드의 실험적인 텍스트는 현실의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내면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마성'이 혁명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보여준다.
◽️가부장제의 변형: 근대 시민 사회는 절대 왕정(아버지의 가부장제)을 깨뜨렸으나, 완전히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형제들이 여성을 지배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부장제로 대체되었다.
◽️혁명과 해체의 지속성: 저자는 한번 체제를 파괴해 본 경험이 있다면 기존의 체제는 언제든 다시 파괴될 수 있다고 말하며,
혁명을 통한 파괴와 창조의 매직은 되돌릴 수 없음을 강조한다.

1. 국왕의 권위 추락과 처형 (왼쪽 페이지 상단)
'좋은 아버지' 이미지의 파괴: 혁명으로 인해 국왕은 무능력한 인물로 여겨져 돼지로 희화화되었다.
◽️바렌 도주 사건: 국왕과 왕실이 국외로 도망치려다 붙잡힌 사건 이후, 국왕은 범죄자로 인식되었고 공화국을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권력의 귀속: 혁명재판소의 결정으로 국왕이 처형되면서 그의 힘은 국가로 귀속되었다.
2. 혁명 이후의 모순과 공포정치 (왼쪽 페이지 하단)
◽️자유와 평등의 의문: 국왕을 살해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자동으로 자유롭고 평등해진 것은 아니었다.
◽️공포정치의 정당화: 혁명이 멈추거나 뒤집히면 더 큰 위험이 온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혁명 세력은 늘 '외부의 적'이나 '정적'을 찾아내 공개 처형하는 공포정치를 이어갔다.
3. 왕비(마리 앙투아네트)의 악마화 (오른쪽 페이지)
◽️'나쁜 어머니'로의 낙인: 왕비는 혁명을 위협하는 적이자 위선과 음모의 상징인 '괴물'로 묘사되었다.
◽️원초적인 공격 방식: 공화국의 덕성과 투명성을 배신했다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왕비를 소재로 한 수많은 포르노그래피가 등장하는 등 여성성에 대한 원초적인 공격이 이루어졌다.

1.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왜곡과 사형 죄목 (왼쪽 페이지 상단)
◽️근거 없는 비난과 프레임: '흉계를 잘 꾸민다', '성격이 사납다'와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우두머리인 왕비에게 집중되어 배신의 죄를 뒤집어썼다.
◽️극단적인 더러움의 묘사: 공식적으로 레즈비언이나 창녀 등으로 과장되어 표현되었다.
◽️사형 죄목: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형당한 공식 죄목이 근진상간과 방탕한 향연이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2. 사드 후작과 혁명적 무의식의 극단 (왼쪽 하단 ~ 오른쪽 상단)
◽️혁명의 역설적 논평가: 가학적 성향을 뜻하는 '사디즘'의 시초인 사드 후작의 성애 소설은 단순한 성적 욕구 묘사가 아니라, 프랑스 혁명이라는 격렬한 상황 속에서 인간관계를 극단적으로 실험한 텍스트로 읽을 수 있다.
◽️신성함의 파괴와 공화국의 탄생: 혁명은 과거 국가·사회를 지탱하던 전통적인 '신성함(하느님의 뜻, 국왕·귀족·농민의 신분 질서)'을 파괴했다.
◽️'자유를 강제'하는 새 국가: 그 자리에는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형제애 넘치는 공화국'이 들어섰으나, 새로운 국가는 이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규율로 국민들의 '자유를 강제'하게 되었다.
3. 사드의 소설이 보여주는 혁명의 무의식 (오른쪽 페이지 하단)
◽️가치관의 극단적 단순화: 사드는 혁명의 요소를 소설 속에서 의도적으로 극단화했습니다. 예컨대 '형제애'라는 가치를 문자 그대로 동성애와 근친상간으로 바꾸어 표현했다.
◽️무의식의 사고 실험: 아버지가 죽고 형제들이 집안을 통치하는 상황(국왕 처해 후 공화국 수립)을 배경으로 삼아, '혁명이라는 정신 상태가 과연 어떤 것인가'를 무의식의 차원에서 실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