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길 밤공기 차가운데 소리없이
몸부림 치며 이제막 피어나는 벚꽃은
그 하얀 존재감에 눈이 시려
한참동안이나 내 발걸음을 멈춰서게 한다
피는 시기가 짧아서 벚꽃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잠시 그 순간에 머무는 까닭이다
피천즉 시인은 나이 마흔에
봄꽃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누린다라고 하셨던 것같다
원숙미가 깊어지는 상선약수의 삶을
지향하는 나 또한
두발로 뚜벅뚜벅 집을 향해 가다가
맑은 밤거리 멀리 떠있는
상현동의 상현달님과
바람치는 눈부신 벚꽃에 한참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순간을 감사했다
주변이 어두울때 그의 존재감은
빛을 더 발현한다
누군가에게 나와 그대는 그런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