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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 천경자 작품읽기

헬스가이던스 By 이정현 2023. 4. 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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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섭의 그림 보기] 청춘의 문 천경자作 - 대전일보

천경자(1924- )하면 꽃과 여인을 떠올린다. 꽃과 여인이 없는 그림이 없다보니 당연한 귀결이다. 여기에 강렬한 색채에 장식성까지 돋보여 한 번 보면 뇌리에 각인시키는 강력한 마력까지 지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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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1924- )하면 꽃과 여인을 떠올린다.
꽃과 여인이 없는 그림이 없다보니 당연한 귀결이다.

여기에 강렬한 색채에 장식성까지 돋보여 한 번 보면 뇌리에 각인시키는 강력한 마력까지 지니고 있으니 여북하겠나.

하지만 천경자의 예술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여인과 꽃 등 그림 속에 등장하는 도상들이 천변만화 같은 메타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때로 한(恨)과 꿈이 되고, 그리움도 된다.
환상과 동경, 정한의 세계, 이상향까지 담고 있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청춘의 문(1968)`도 그 범주에 속하는 그림이다. 그림 속 여인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스페인의 전설적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1905-1990)`다.

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한창 아름다울 때 은퇴해서 전설로 남은 여배우다.

작가는 꽃과 여인 외에 아주 드물게 은막의 스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어릴 때 꿈이 연극 배우여서 여배우에 대한 동경심이 작용한 탓일 게다. 그레타 가르보 외에 마릴린 먼로의 머리를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작품도 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그림으로나마 이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림 속 여인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환상에 젖어 있다. 목 주변의 몽환적인 장식과 치마위에 화려한 꽃무늬가 어우러지면서 얼굴 표정은 황홀경에 빠져든 모습이다.

하지만 가늘고 긴 손가락과 얼굴 표정에서 스치듯 뜻 모를 슬픔이 배여 나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배우의 꿈을 못 이룬 작가의 슬픈 꿈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실제 얼굴과도 닮아 보인다.

미심쩍다면 `광복 70주년 한국근현대미술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에 가서 `청춘의 문`을 직접 보고 천경자가 작품을 완성한 시기인 40대 사진을 대조해보면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아`하고 탄성이 나올 것이다.

`청춘의 문`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 기존 작품과는 대조적이다. 농담을 달리한 먹을 쓰고 강한 톤의 채색은 절제를 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얼굴과 몸이 따로 따로다.

`그레타 가르보`는 보라색 종이에 얼굴만 그린 것이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진짜 얼굴은 `그레타 가르보`의 머리에 가려져 있다는 얘기다.

믿기지 않지만 배우가 꿈이었던 천경자가 당대 최고의 스타 얼굴을 그것도 자신과 닮아보이게 그린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감상의 재미를 더해주려는 작가의 친절한 복선(?)을 깔아준 것일 수도 있음이다.

충남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