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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술인가

헬스가이던스 By 이정현 2023. 9. 11. 07:08

레비나스는 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과정은
대상을 그 대상의 이미지로 대체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는 특히 ‘오블리테라시옹’이라고 지칭되는
소스노의 조각 기법에 관해 설명하면서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는 동시에
그로부터 사유를 위한 풍부한 영감을 얻고 있다.

리쾨르는 회화가 ‘실재에 이르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본다. 일상적인 사물들에서 볼 수 있는 색과 형태를
굳이 그림의 방식으로 보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림을 뭔가 다른 것으로 또는 다른 방식으로 보고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미셸 앙리는 회화가 제기하는 이러한 미학적이고
존재론적인 문제에 주목한 철학자다.

앙리는 칸딘스키 회화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내면의 정신적 실재에 근거한 정서적 울림의 표현으로
간주하고,

칸딘스키의 추상화 작업에서 비가시적인 실재를
탈은폐하는 현상학적 환원의 탁월한 범례를 발견한다.

마리옹은 외관에 대한 묘사를 배제하고 평면을 색으로
가득 채우는 로스코의 작품 세계를 통해

‘얼굴’ 혹은 ‘우상’에 관한 사유를 발전시키는데,
레비나스가 제시하는 ‘타인의 얼굴’이 자신이 설명하는
‘아이콘’에 부합한다고 본다.

로스코의 그림은 인간적 가치를 드러내는
아이콘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마리옹은 해석하고
있으며,

시선의 문제를 중심으로 미술작품의 심연을
이해하고자 한다.

라캉 역시 ‘정신분석 세미나’에서 그림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그림이 시각에 담긴 몰인식의 함정 속에서 진리를
일깨우는 훌륭한 안내자라 보았기 때문이다.

라캉에 따르면 인간의 눈은 세계에 리비도를 투자하는
구멍이며, 그림이란 인간이 타자의 욕망에 직면하기
위해 고안해낸 주체적 장치이다.

라캉의 회화론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