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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은 미술과 어떻게 대면하는가?

헬스가이던스 By 이정현 2023. 9. 11. 07:43

■ 철학은 미술과 어떻게 대면하는가?

철학과 회화가 마주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 봐야 하는데 보지 못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그것을 볼 수 있는가?
도대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해체의 철학자 데리다는 철학의 타자로서 항상
그리고 이미 해체의 작업을 실천해온 문학과 예술의
남다른 위상을 인식하고 있다.

한 점의 그림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
회화의 진리인가 그 기원인가.

데리다는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면서
진리가 자명하고 표상 가능한 어떤 것으로 군림해온
역사를 비판한다.

우리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론적 상황은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삶을 언제나 타인의 것으로,
실험실의 대상으로 바라볼 줄만 알았지 자기 안에서
느끼고 체험할 줄 모른다.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은 타인의 삶을 봄으로써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삶을 느낄 때이다.

온 몸으로 느끼는 고통과 기쁨의 순간에
나는 나의 살아 있음을 자각한다.

그런데 나의 이 주관적인 고통과 기쁨은 과연 타인에게
전달되고 소통되며 공유될 수 있을까?

그 공명의 가능성이 바로 가시적인 것을
비가시화하면서 동시에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 예술의 역량에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왜 현대철학자들이 그토록
예술에 천착했는지 수긍할 수 있다.

철학의 추상성에 삶의 구체적인 국면들을 개입시켜
색을 입히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상학과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현대철학의 지평을
깊이 이해하고 넓게 사유하는 또 하나의 길을 갖게
될 것이다.